지금 한국에 사는 만 20세~39세에 해당하는 누구나 무료로 국가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직장에 다니지 않는 대학생, 취준생, 비정규직, 주부 등은 국가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없었어요.
이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 들인 것은 한 30대 시의원입니다. 전라북도 전주시의회의 젊치인 서난이 의원(더불어민주당)입니다.
서난이 의원은 ‘학자금 대출 걱정 안 하게 누가 달에 100만 원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30대로서 친구들의 삶이 덜 팍팍해지게 만들고 싶어 정치에 도전했습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정치인
어떻게 청년 건강 문제를 발견하셨어요?
장기 미취업 상태에 놓이는 2030세대가 많아요. 직장 보험에 가입해야 국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데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니까 성인이 되고 10년 동안 건강 검진을 못 받는 경우들이 생겼죠. ‘청년 건강권’을 명시한 전주시 청년 기본 조례를 만들고 전주에 사는 만 39세 이하 청년들에게 무료로 건강검진을 지원했어요.
전국으로 확대되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검진 결과를 보니까 스트레스, 음주, 흡연, 간 기능 저하, 비만 등 건강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광화문1번가에서 국가 건강검진의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2019년부터 전국에 사는 2030세대는 누구나 건강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됐어요.
30대 시의원으로부터 또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정책이 시작된 거네요.
여기에는 사실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가정에서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도 포함돼요.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거죠.
전라북도 전주시의회 서난이 의원 (출처: 서난이 의원 제공)
2014년에 비례대표로 전주시의원에 당선이 됐고, 2018년에는 지역구를 대표해서 당선이 되셨어요. 정치인이 되고 싶단 생각을 오래 하셨나요?
아뇨.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정외과 선배들의 추천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는데요. 제가 미취업 상태에 오래 놓여 있었거든요. 학자금 대출 갚는 고민도 컸고요. ‘누가 달에 100만 원만 그냥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30대 당사자로서 나와 같은 청년들이 먹고 사는 고민을 조금만 덜 하게 하자는 비전으로 출마를 결심했어요.
성매매 집결지를 성평등 플랫폼으로
‘이런 문제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책을 많이 발의하셨어요. 대표적인 게 디지털 성범죄 지원 조례예요.
피해자가 상담을 받으러 서울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역 내에 전문 상담 인력을 채용한 게 가장 큰 변화예요. 디지털 성범죄는 성매매까지 연결되는 집단화 된 악성 범죄예요.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학교에서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교육 기관과 유기적으로 상담을 연결하고, 피해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예요.
의회 안에서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N번방 사건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모아진 상황이어서 괜찮았어요. 오히려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를 만드는 게 더 어려웠어요. 전주시에는 선미촌이라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었는데요. 선미촌 여성에게 주거비, 생활비 지원을 통해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 지역을 성평등 플랫폼으로 바꾸는 일이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나요?
‘이 장소를 없앤다고 성매매가 근절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죠. 이 조례는 여성을 쇼윈도에 세워 놓고 성을 사고 파는 ‘유리방’이라는 영업 형태를 규제한다는 걸 분명하게 해요. 인권 유린을 방조하는 형태만은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성평등전주 플랫폼에서 서난이 의원 (출처: 한국농어촌방송)
피해 여성들은 조례를 통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나요?
주거비와 생활비, 직업 훈련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대상 여성의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성매매로 유입됐고, 사회적 지원을 받은 경험이 전무해요. 그래서 ‘저에게 왜 이런 돈을 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제가 만든 조례가 이런 분들께 사회에 대한 신뢰를 쌓는 첫 단계가 되고, 자기 인생을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죠.
의원 개인이 이 모든 과정이나 결과를 설계할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민관 협력 기구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변화가 가능했어요. 이 사례를 벤치마크 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견학을 오시는데요. 사실은 겉으로 보이는 변화 만큼 서로 견제하고 협의하는 민관 관계, 즉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주효했어요.
좋은 협력 구조는 어떤 건가요?
들락날락이 잘 되어야 해요. 중심축은 있어야죠. 이 사업의 경우에는 여성 인권 단체가 있고 의회, 행정이 있죠. 여기에서 큰 방향을 정하지만 세부 내용을 논의할 때는 도시 재생을 담당하는 건축 부서, 문화 예술 부서,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는 시민 단체 등이 자유롭게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담당한 영역에 대한 논의를 해요. 워크숍, 세미나, 토론회가 엄청 잦은 구조가 되는 거죠.
지지부진해지기 쉬운 논의를 누군가 제대로 끌고 가야했을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의원이에요. 이런 협력 구조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서로 너무 견제만 하는 거예요. 의회는 행정의 고충도 알고 민간에서 기대하는 효율성이나 융통성도 알아요. 행정을 만나서 ‘제가 다 책임지겠다’ 호언장담도 하고, 행정에 대한 답답함을 풀고 오해를 줄이는 역할도 하는 거죠. 사람들이 의원이라고 하면 신뢰하잖아요. 그 신뢰감을 이렇게 쓰는 거예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
기초의원이자 젊치인으로서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장애인 가정에 양육 비용을 지원한 거예요. 기존에는 출산 장려금만 있었는데 양육비를 추가로 지원하게 했고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정책을 개정해 장애 가족 전체로 넓혔어요.
여성, 청년, 장애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여성, 청년, 장애, 환경 같은 이슈들은 다른 의원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주제예요. 지역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대 그룹을 만드는 것이 제가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전문성을 가진 그룹을 엮고, 토론회가 이어지게 만들고, 일시적인 캠페인부터 조례까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잘하고 좋아해요.
‘젊치인으로서 이건 꼭 바꾸고 싶다’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전 문화, 계급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의회가 굉장히 제약이 많고 보수적인 환경이에요. 복장이나 머리 스타일이 일 능력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그래서 머리도 파랗게 탈색하고 다녔어요. (웃음)
또래 세대의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누가 달에 100만 원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생까지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었거든요. 젊치인이 많아지면 이렇게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거예요. 저는 의회 안에서 20대를 더 많이 등장하게 만드는 30대 의원이 되고, 밖에서도 새로운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20대를 더 많이 보내는 일을 같이 하면 좋겠어요.
인터뷰 및 기사 작성 곽민해
발행일 2021-07-21
지금 한국에 사는 만 20세~39세에 해당하는 누구나 무료로 국가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직장에 다니지 않는 대학생, 취준생, 비정규직, 주부 등은 국가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없었어요.
이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 들인 것은 한 30대 시의원입니다. 전라북도 전주시의회의 젊치인 서난이 의원(더불어민주당)입니다.
서난이 의원은 ‘학자금 대출 걱정 안 하게 누가 달에 100만 원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30대로서 친구들의 삶이 덜 팍팍해지게 만들고 싶어 정치에 도전했습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정치인
어떻게 청년 건강 문제를 발견하셨어요?
장기 미취업 상태에 놓이는 2030세대가 많아요. 직장 보험에 가입해야 국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데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니까 성인이 되고 10년 동안 건강 검진을 못 받는 경우들이 생겼죠. ‘청년 건강권’을 명시한 전주시 청년 기본 조례를 만들고 전주에 사는 만 39세 이하 청년들에게 무료로 건강검진을 지원했어요.
전국으로 확대되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검진 결과를 보니까 스트레스, 음주, 흡연, 간 기능 저하, 비만 등 건강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광화문1번가에서 국가 건강검진의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2019년부터 전국에 사는 2030세대는 누구나 건강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됐어요.
30대 시의원으로부터 또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정책이 시작된 거네요.
여기에는 사실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가정에서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도 포함돼요.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거죠.
2014년에 비례대표로 전주시의원에 당선이 됐고, 2018년에는 지역구를 대표해서 당선이 되셨어요. 정치인이 되고 싶단 생각을 오래 하셨나요?
아뇨.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정외과 선배들의 추천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는데요. 제가 미취업 상태에 오래 놓여 있었거든요. 학자금 대출 갚는 고민도 컸고요. ‘누가 달에 100만 원만 그냥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30대 당사자로서 나와 같은 청년들이 먹고 사는 고민을 조금만 덜 하게 하자는 비전으로 출마를 결심했어요.
성매매 집결지를 성평등 플랫폼으로
‘이런 문제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책을 많이 발의하셨어요. 대표적인 게 디지털 성범죄 지원 조례예요.
피해자가 상담을 받으러 서울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역 내에 전문 상담 인력을 채용한 게 가장 큰 변화예요. 디지털 성범죄는 성매매까지 연결되는 집단화 된 악성 범죄예요.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학교에서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교육 기관과 유기적으로 상담을 연결하고, 피해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예요.
의회 안에서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N번방 사건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모아진 상황이어서 괜찮았어요. 오히려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를 만드는 게 더 어려웠어요. 전주시에는 선미촌이라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었는데요. 선미촌 여성에게 주거비, 생활비 지원을 통해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 지역을 성평등 플랫폼으로 바꾸는 일이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나요?
‘이 장소를 없앤다고 성매매가 근절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죠. 이 조례는 여성을 쇼윈도에 세워 놓고 성을 사고 파는 ‘유리방’이라는 영업 형태를 규제한다는 걸 분명하게 해요. 인권 유린을 방조하는 형태만은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성평등전주 플랫폼에서 서난이 의원 (출처: 한국농어촌방송)
피해 여성들은 조례를 통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나요?
주거비와 생활비, 직업 훈련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대상 여성의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성매매로 유입됐고, 사회적 지원을 받은 경험이 전무해요. 그래서 ‘저에게 왜 이런 돈을 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제가 만든 조례가 이런 분들께 사회에 대한 신뢰를 쌓는 첫 단계가 되고, 자기 인생을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죠.
의원 개인이 이 모든 과정이나 결과를 설계할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민관 협력 기구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변화가 가능했어요. 이 사례를 벤치마크 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견학을 오시는데요. 사실은 겉으로 보이는 변화 만큼 서로 견제하고 협의하는 민관 관계, 즉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주효했어요.
좋은 협력 구조는 어떤 건가요?
들락날락이 잘 되어야 해요. 중심축은 있어야죠. 이 사업의 경우에는 여성 인권 단체가 있고 의회, 행정이 있죠. 여기에서 큰 방향을 정하지만 세부 내용을 논의할 때는 도시 재생을 담당하는 건축 부서, 문화 예술 부서,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는 시민 단체 등이 자유롭게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담당한 영역에 대한 논의를 해요. 워크숍, 세미나, 토론회가 엄청 잦은 구조가 되는 거죠.
지지부진해지기 쉬운 논의를 누군가 제대로 끌고 가야했을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의원이에요. 이런 협력 구조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서로 너무 견제만 하는 거예요. 의회는 행정의 고충도 알고 민간에서 기대하는 효율성이나 융통성도 알아요. 행정을 만나서 ‘제가 다 책임지겠다’ 호언장담도 하고, 행정에 대한 답답함을 풀고 오해를 줄이는 역할도 하는 거죠. 사람들이 의원이라고 하면 신뢰하잖아요. 그 신뢰감을 이렇게 쓰는 거예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
기초의원이자 젊치인으로서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장애인 가정에 양육 비용을 지원한 거예요. 기존에는 출산 장려금만 있었는데 양육비를 추가로 지원하게 했고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정책을 개정해 장애 가족 전체로 넓혔어요.
여성, 청년, 장애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여성, 청년, 장애, 환경 같은 이슈들은 다른 의원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주제예요. 지역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대 그룹을 만드는 것이 제가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전문성을 가진 그룹을 엮고, 토론회가 이어지게 만들고, 일시적인 캠페인부터 조례까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잘하고 좋아해요.
‘젊치인으로서 이건 꼭 바꾸고 싶다’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전 문화, 계급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의회가 굉장히 제약이 많고 보수적인 환경이에요. 복장이나 머리 스타일이 일 능력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그래서 머리도 파랗게 탈색하고 다녔어요. (웃음)
또래 세대의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누가 달에 100만 원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생까지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었거든요. 젊치인이 많아지면 이렇게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거예요. 저는 의회 안에서 20대를 더 많이 등장하게 만드는 30대 의원이 되고, 밖에서도 새로운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20대를 더 많이 보내는 일을 같이 하면 좋겠어요.
인터뷰 및 기사 작성 곽민해
발행일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