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서구의회 젊치인 정진식(더불어민주당)은 기획자의 눈과 실무자의 다리로 일을 하고 있는 정치인이에요. 만화가 지망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정당 활동을 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했습니다.
기초의원이 되고 나서는 빈집이나 유휴 공간을 젊은 세대와 신혼 부부, 취약 계층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쓸모 갖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동네를 콘텐츠로 채우는 기획자의 관점에 협업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세가 더해져 성과를 만들고 있어요.
서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하기도 한 의원인데요. 자신이 적성에 맞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을 정치인의 장점으로 보는 정진식 의원을 소개합니다.
만화가 지망생, 고시원 총무에서 기초의원까지
원래 만화를 그리셨다고요?
출판 만화 데뷔를 꿈꿨던 적이 있어요. 출판 만화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뒀는데 수년 뒤에 웹툰이 나오더라고요. (웃음) 뒤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마다 방과 후 만화 강사로도 활동했고, 2015년에는 서울신문에서 주최한 시사 웹툰 공모전에서 2등에 오른 적도 있어요.
그럼 정치는 언제부터 하게 되신 거예요?
2012년부터 시민으로서 정당에 당비를 내고 있었어요. 2013년에 지금의 지역구에 인천 서구로 이사온 뒤에도 3년 동안 당비만 냈는데, 2016년에 지역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어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당비를 내고 있으니 궁금했던 것 같아요. 지역 청년위원회에서 일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서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도왔죠.
당시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조직 관리를 중점적으로 했어요. 젊은 분들이 아이들과 찾을 수 있게 산악회나 체육 대회 외에도 영화 단체 관람이나 강연 같은 행사를 많이 열었어요. 확장성 좋은 이벤트를 기획하다 보니 당원분들께도 좋은 인상을 남겨서 출마까지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정진식 인천시 서구의원
출마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으셨나요?
충북 충주에서 상경해 학교를 다녔고 대학 졸업 후에는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취직 준비를 했어요. 큰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력서만 500개 넘게 썼고, 구직에 성공한 뒤에도 집세를 아끼고 싶어서 고시원 총무로 일했어요. 어떻게든 잘 살아 보려는 평범한 청년을 너무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들을 대변하고 싶었어요. 지역구의 구의원이 무슨 일을 했는지 찾아 보니 제가 더 잘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웃음)
하지만 선거 비용도 만만치 않고, 회사를 다니며 준비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2017년에 이직을 위해서 회사를 그만둔 참에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를 하게 됐어요. 벌이가 없어서 두 달 정도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제가 퀴즈 프로그램 우승 경력이 있어요. 2016년에는 KBS의 <1대 100>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데요. 선거 준비를 앞둔 시점에 새로 나온 퀴즈 프로그램에서 5연승 해서 받은 상금을 요긴하게 썼습니다.
2016년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진식 의원
기획자의 관점으로 의정 활동하기
의정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어떤 목표를 세우셨어요?
인천 서구가 평균 연령 37세로 아주 젊은 도시에요. 연 예산도 1조 원이 좀 넘고요. 그런데 청년 관련 예산이 전체의 0.1%도 되지 않고 청년 활동 공간도 없습니다. 서구청 근처에 있는 옛 연희동 우체국 건물을 매입해 청년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안을 냈어요.
도시 재생 분야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잖아요. 실제로 우체국 공간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아쉽게도 행정은 빠르게 보이는 성과를 원하니까 건물 공사가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다른 의원들과 함께 내년 임기 내에 51억 예산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청년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면 우체국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죠. 그래서 청년 활동 공간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만들고 연희동 우체국 외에도 2개 이상의 활동 공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빈집 활용 조례를 만드신 것도 봤어요. 유휴 공간을 새로 활용하는 데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지역에서 문화 예술 활동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공간이 없어서 문제라고 하세요. 청소년들도 방과 후에 갈만한 곳이 없다고 하고요. 빈집을 잘 사용하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빈집 정책은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와 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저는 활용 방식에 더 집중했어요.
실제로 빈집을 다른 공간으로 바꾼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작년에 인천 서구가 빈집 4곳을 리모델링해서 전국 최초로 신혼 부부와 청년 사업자에게 무상 임대했어요. 안타까운 건 구청과 협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집 찾기가 어려워요. 최근에는 LH의 장기 미임대 주택을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하는 주거복지연대와 협업하게 됐어요. 지난 6월, 우물가 빨래터라는 이름으로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대형 빨래를 수거, 세탁, 건조해서 다시 보내 주는 공간을 개소했어요.

지금까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전국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조례를 만든 거예요. 기존에는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수거함에 모인 아이스팩만 수거해서 재활용 선별장에서 세척하고 전통시장 등에 공급했어요. 친환경 생분해 소재가 아닌 이상 아이스팩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환경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재사용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아이스팩을 제작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례를 만들었어요.
조례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아이스팩을 줄일 수 있나요?
우선은 재사용 하는 양이 늘어날 수 있도록 더 많은 장소에 수거함을 두는 것부터 하고요. 친환경 소재의 아이스팩을 제작하고 보급, 확산하는 데까지 나아가려고 해요. 서구에서 스마트 그린 도시를 위해 진행하는 사업들이 자리를 잡으면 제조, 폐기 인프라까지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유연하고 자유로운 게 젊치인
지금까지 여러 직업을 고려하셨는데요. 기초의원의 일에는 만족하시나요?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가 있죠.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자리를 놓고 노골적으로 견제할 때는요. 그래도 직업적 만족감이 커서 상쇄가 돼요. 회사 다닐 때는 업무를 택할 수도 없고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때도 있잖아요. 구의원은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해볼 수 있는 게 참 많아요.
젊치인이 많으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2018년 기준으로 인천 서구 젊치인이 4명으로 늘었어요. 지난 대에 비해 조례 발의 건수도 훨씬 많이 늘었고요. 현재 서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한 의원이 저라고 알고 있습니다. (웃음) 주말마다 발달 장애인과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합창 공연을 준비하기도 해요. 의정 활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게 젊치인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인형 탈을 쓰고 홍보에 참여한 정진식 의원 (출처: 정진식 의원 제공)
요즘 가장 관심 갖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의정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나 단체들의 협업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려 해요. 빈집 사업에서 버섯을 재배하게 되면 노인인력개발센터와 연계해 시장형 어르신 일자리를 만드는 아이디어 등을 수시로 떠올리고 있어요. 기초의원 만큼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민간 자원을 발굴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및 기사 작성 곽민해
발행일 2021-08-23
인천시 서구의회 젊치인 정진식(더불어민주당)은 기획자의 눈과 실무자의 다리로 일을 하고 있는 정치인이에요. 만화가 지망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정당 활동을 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했습니다.
기초의원이 되고 나서는 빈집이나 유휴 공간을 젊은 세대와 신혼 부부, 취약 계층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쓸모 갖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동네를 콘텐츠로 채우는 기획자의 관점에 협업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세가 더해져 성과를 만들고 있어요.
서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하기도 한 의원인데요. 자신이 적성에 맞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을 정치인의 장점으로 보는 정진식 의원을 소개합니다.
만화가 지망생, 고시원 총무에서 기초의원까지
원래 만화를 그리셨다고요?
출판 만화 데뷔를 꿈꿨던 적이 있어요. 출판 만화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뒀는데 수년 뒤에 웹툰이 나오더라고요. (웃음) 뒤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마다 방과 후 만화 강사로도 활동했고, 2015년에는 서울신문에서 주최한 시사 웹툰 공모전에서 2등에 오른 적도 있어요.
그럼 정치는 언제부터 하게 되신 거예요?
2012년부터 시민으로서 정당에 당비를 내고 있었어요. 2013년에 지금의 지역구에 인천 서구로 이사온 뒤에도 3년 동안 당비만 냈는데, 2016년에 지역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어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당비를 내고 있으니 궁금했던 것 같아요. 지역 청년위원회에서 일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서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도왔죠.
당시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조직 관리를 중점적으로 했어요. 젊은 분들이 아이들과 찾을 수 있게 산악회나 체육 대회 외에도 영화 단체 관람이나 강연 같은 행사를 많이 열었어요. 확장성 좋은 이벤트를 기획하다 보니 당원분들께도 좋은 인상을 남겨서 출마까지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출마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으셨나요?
충북 충주에서 상경해 학교를 다녔고 대학 졸업 후에는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취직 준비를 했어요. 큰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력서만 500개 넘게 썼고, 구직에 성공한 뒤에도 집세를 아끼고 싶어서 고시원 총무로 일했어요. 어떻게든 잘 살아 보려는 평범한 청년을 너무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들을 대변하고 싶었어요. 지역구의 구의원이 무슨 일을 했는지 찾아 보니 제가 더 잘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웃음)
하지만 선거 비용도 만만치 않고, 회사를 다니며 준비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2017년에 이직을 위해서 회사를 그만둔 참에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를 하게 됐어요. 벌이가 없어서 두 달 정도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제가 퀴즈 프로그램 우승 경력이 있어요. 2016년에는 KBS의 <1대 100>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데요. 선거 준비를 앞둔 시점에 새로 나온 퀴즈 프로그램에서 5연승 해서 받은 상금을 요긴하게 썼습니다.
기획자의 관점으로 의정 활동하기
의정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어떤 목표를 세우셨어요?
인천 서구가 평균 연령 37세로 아주 젊은 도시에요. 연 예산도 1조 원이 좀 넘고요. 그런데 청년 관련 예산이 전체의 0.1%도 되지 않고 청년 활동 공간도 없습니다. 서구청 근처에 있는 옛 연희동 우체국 건물을 매입해 청년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안을 냈어요.
도시 재생 분야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잖아요. 실제로 우체국 공간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아쉽게도 행정은 빠르게 보이는 성과를 원하니까 건물 공사가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다른 의원들과 함께 내년 임기 내에 51억 예산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청년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면 우체국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죠. 그래서 청년 활동 공간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만들고 연희동 우체국 외에도 2개 이상의 활동 공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빈집 활용 조례를 만드신 것도 봤어요. 유휴 공간을 새로 활용하는 데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지역에서 문화 예술 활동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공간이 없어서 문제라고 하세요. 청소년들도 방과 후에 갈만한 곳이 없다고 하고요. 빈집을 잘 사용하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빈집 정책은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와 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저는 활용 방식에 더 집중했어요.
실제로 빈집을 다른 공간으로 바꾼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작년에 인천 서구가 빈집 4곳을 리모델링해서 전국 최초로 신혼 부부와 청년 사업자에게 무상 임대했어요. 안타까운 건 구청과 협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집 찾기가 어려워요. 최근에는 LH의 장기 미임대 주택을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하는 주거복지연대와 협업하게 됐어요. 지난 6월, 우물가 빨래터라는 이름으로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대형 빨래를 수거, 세탁, 건조해서 다시 보내 주는 공간을 개소했어요.
지금까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전국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조례를 만든 거예요. 기존에는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수거함에 모인 아이스팩만 수거해서 재활용 선별장에서 세척하고 전통시장 등에 공급했어요. 친환경 생분해 소재가 아닌 이상 아이스팩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환경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재사용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아이스팩을 제작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례를 만들었어요.
조례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아이스팩을 줄일 수 있나요?
우선은 재사용 하는 양이 늘어날 수 있도록 더 많은 장소에 수거함을 두는 것부터 하고요. 친환경 소재의 아이스팩을 제작하고 보급, 확산하는 데까지 나아가려고 해요. 서구에서 스마트 그린 도시를 위해 진행하는 사업들이 자리를 잡으면 제조, 폐기 인프라까지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유연하고 자유로운 게 젊치인
지금까지 여러 직업을 고려하셨는데요. 기초의원의 일에는 만족하시나요?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가 있죠.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자리를 놓고 노골적으로 견제할 때는요. 그래도 직업적 만족감이 커서 상쇄가 돼요. 회사 다닐 때는 업무를 택할 수도 없고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때도 있잖아요. 구의원은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해볼 수 있는 게 참 많아요.
젊치인이 많으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2018년 기준으로 인천 서구 젊치인이 4명으로 늘었어요. 지난 대에 비해 조례 발의 건수도 훨씬 많이 늘었고요. 현재 서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한 의원이 저라고 알고 있습니다. (웃음) 주말마다 발달 장애인과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합창 공연을 준비하기도 해요. 의정 활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게 젊치인의 특징인 것 같아요.
요즘 가장 관심 갖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의정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나 단체들의 협업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려 해요. 빈집 사업에서 버섯을 재배하게 되면 노인인력개발센터와 연계해 시장형 어르신 일자리를 만드는 아이디어 등을 수시로 떠올리고 있어요. 기초의원 만큼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민간 자원을 발굴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및 기사 작성 곽민해
발행일 202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