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치인 인터뷰]“청년 정책 처음 제안하고 전담 팀까지 만들었어요” | 민지현 상주시의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일하는 기초의원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정책을 만들고 있을까요? 

경상북도 상주시의회 민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만 27세에 당선된 상주시의회 유일의 젊치인이에요. 상주시의회에서 청년 기본 조례를 만들고 일자리·청년 정책 팀이 신설되는 것을 이끌었습니다. 

상주가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이 되고 고향에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시각을 불어 넣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는데요. 

기초의원 한 사람의 존재가 지역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민지현 의원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지역에 청년이 있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만 27세에 시의원으로 당선 되셨어요. 어떻게 이른 나이에 정치인에 도전하게 되셨어요? 

학부 시절에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두려움은 적었고요. 기초의원에 도전하고 싶었던 건 상주라는 지역에 젊은 사람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대구에서 대학교를 나왔는데 고향에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이 떠나는 게 느껴졌어요. 

상주시의회 최연소 의원이기도 하신데요. 

역대 의회에서 30대 의원이 있었던 경우도 적은데 만 27세 나이에 당선이 됐어요. 상주시가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것도 처음이었고요. 청년 정책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도 처음이었어요. 

이런 지역에서 청년 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졌을 때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지역 주민을 만나면 ‘지역에 젊은 시각을 불어 넣고 싶다, 발로 뛰고 싶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어요. 상주시가 지방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지역에서는 우려도 컸지만 기대도 충분히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민지현 경상북도 상주시의원 (출처: 민지현 의원 제공)


당시 선거 운동을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셨나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까 경로당에 인사하러 갔을 때 ‘파란 옷 입은 사람이 여기 왜 들어 오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명함을 찢는 분들도 계셨고요. (웃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당선된 경우라고 해서 놀랐어요. 

그런 반응을 접했을 때의 기분은 어떠셨어요? 

처음부터 이런 갈등이 있을 거라는 걸 알았다면 도전을 못 했을 것 같아요. 무모하게 도전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정치에 도전할 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겠어요. 

다양한 부분에서 예상과 달라요. 일을 하러 들어온 저에게는 특히 정당 간의 세력 경쟁이 낯선 부분이었어요. 소수 정당 의원이기 때문에 조례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견제를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타협을 하면서도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죠.

일자리, 청년 정책 팀을 신설하다

청년 정책을 반영하고 싶었던 만큼 욕심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발의하신 조례 중에 가장 소개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2018년에 의원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발의한 게 상주시 청년 기본 조례예요.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첫 조례인 거예요. 행정과 청년이 함께 지역 실태를 고민하기도 하고 청년들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협의체가 마련이 됐고요. 이를 통해 청년들이 현재의 청년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앞으로의 방향도 토론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고민에는 무엇이 있나요? 

서울 살이가 힘들어서 귀촌하거나 귀농한 경우들이 많았어요. 공통적으로 ‘여가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요. 문화적인 인프라가 필요한 거죠. 청년들이 와서 쉬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내실 있게 만들고 싶어서 집행부와 계획하고 있어요. 

청년 문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든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2019년에 5분 발언을 통해서 젊은 의원이 있든 없든 청년 정책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청년 정책 팀을 신설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요. 그 결과로 올해 일자리·청년 정책 팀이 신설이 됐어요. 청년 정책이 인구 정책 팀에서 1명이 담당하던 업무 수준에서 하나의 부서 수준으로 커진 거예요. 

전담 팀이 신설되는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일자리·청년 팀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일자리 정책이 중심이 되면 국비 사업으로 진행되는 일자리 정책을 실행하는 데만 집중하고 청년 정책이 다차원으로 고민이 안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청년 ‘정책’이 강조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고집스럽게 했어요.


청년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민지현 의원 (출처: 민지현 의원 제공)


요즘 가장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는 현안에는 무엇이 있나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다 보면 의미 있는 일을 못 하겠더라고요. 청소년이나 청년처럼 지금까지 정치에서 소외됐던 계층을 잘 대변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청소년 정책에도 관심이 많으시군요. 

어릴 때 의회를 방문한 기억이 깊이 남아 있어요. 틀에 박힌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의견을 제안하는 연습과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청소년 의회를 구성하는 조례를 만들었어요. 수도권에는 굉장히 많은 청소년 의회가 있지만 경북에서는 상주시에서 처음으로 만든 거예요.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렇죠. 1인 가구도 서울에서는 청년들을 생각할 텐데요. 지방에는 1인 가구가 대부분 어르신이에요. 고독사 예방 조례를 만들어서 1인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조사해 보니까 상주시 인구 9만 7천 명 중에서 2만 1천 명이 1인 가구이고 노인 가구가 49%로 1만 명이 넘어요. 이런 분들이 고독사 하지 않도록 더 나은 정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의원님의 존재가 의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다면 언제일까요? 

다양한 정책이 올라올 때 청년의 시각으로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커요. 작게는 국비 사업으로 진행되는 청년 키움 통장에 관해서도 무엇인지 답할 사람이 있으니까요. 관광 정책이나 지자체 홍보 방안에 대해서도 청년들의 시각에서 부족한 부분을 말할 수 있고 잘 반영이 되는 편이에요.


교정에서 핫팩을 나눠 주는 민지현 의원 (출처: 민지현 의원 제공)


우리가 정치를 포기하지 않으면 바뀔 수 있어요

상주시의회 유일의 젊치인인데요. 젊치인 동료가 얼마나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적어도 4명은 있어야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 혼자서는 16명의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가끔 제 생각이 맞는지 고민될 때도 있는데요. 젊치인 동료가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서 제안하고 통과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데서 오는 책임감도 크실 것 같아요. 

더불어민주당 최초의 상주시의회 의원이고 20대 의원도 처음 나온 것이니 제가 잘 해야 다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커요. 지금까지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정치를 하고 계신가요? 

30대, 여성 청년인 나를 잃어 버리지 말자라고 다짐해요. 많은 분들이 정치인에게 다가가가는 걸 어려워하시잖아요. 직책을 내려 놓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로서 정치를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기초의원으로서 유권자 분들께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정치가 싸우는 모습만 보면 포기하기 쉬워요. 하지만 그럴 수록 누가 지역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 주시면 좋겠어요. 사실 젊은 정치인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해도 소문이 덜 나는 경우도 많거든요. (웃음) 앞으로 보이는 모습과 뒤에 있는 모습을 두루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및 기사 작성 곽민해

발행일 202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