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치인 인터뷰]“채식하는 주민을 만나고 채식권 조례를 만들었어요” | 이승용 중구의원

서울특별시 중구의회 이승용 의원(더불어민주당)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싶다면 일회용품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증진하고 싶다면 건물 앞의 방지턱부터 낮춰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정치가 개인의 문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보는 태도가 의정 활동을 하는 데도 일관성 있게 묻어 나고 있었는데요. 

주민과 함께 갈 식당을 찾다가 채식권 조례를 준비하게 됐고, 동네에서 반려 동물 가구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서부터 동물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이승용 의원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기초의원은 가장 작은 문제부터 출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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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권 보장 조례를 발의하셨어요. 

지역 주민 중에서 원래 육식을 하다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분이 있어요. 그 분이랑 식사를 하려고 식당을 찾는데 같이 갈 만한 곳이 너무 없는 거예요. 순두부 집을 갔는데도 육수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그때 경험을 통해서 채식권 선택 보장을 위한 조례를 만들게 됐어요. 

주민 분과의 만남을 통해서 동네 전체의 권리를 말하는 조례를 만드신 점이 인상적이에요. 

사소한 문제로부터 거대한 담론을 이끌어 내자는 게 저의 정치 소신이에요. 채식을 강권할 수는 없겠지만 하고 싶은 사람은 할 수 있게 선택하는 환경이 중요해요. 적극적인 지원은 못 해도 최소한의 지원은 뒷받침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중구에서 채식 메뉴를 개발하거나 채식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 홍보를 돕거나 관련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풀어 보려 해요. 

사소한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기초의원의 일이기 때문에 도전하신 것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정치는 언제나 끝이 있기 때문에 거대 담론을 다루다 보면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싶다면 일회용품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증진하고 싶다면 건물 앞의 방지턱 높이를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기초의원 역할이죠. 거대 담론에만 집중하면 아무도 일을 시작할 수 없어요.


이승용 서울시 중구의원 (출처: 이승용 의원 제공)

그래서인지 ‘내 삶을 바꾸는 생활 정책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셨는데요. 

반려 동물과 유기 동물 보호 조례가 높이 평가 받아 받은 상인데요. 한국에 반려 동물 가구가 600만 가구가 넘는데 지자체에서 반려 동물을 전담하는 부서나 사업이 부족해요. 특히 유기 동물과 관련해서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큰데요. 이 부분을 유기 동물을 보호해 주시는 지역 주민들과 상의해서 더 많은 분들과 공생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는 방안들을 담았어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반려 동물 지도사를 초청해서 구에 있는 반려 동물 가구에 공동 훈련을 하는 방식이나, 공원과 같은 공적 공간에서 반려 동물 에티켓을 지킬 수 있도록 확산하는 내용이 담겼어요. 이 문제가 최소한 주민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조례는 정당 논리나 이념과는 또 별개잖아요. 기초의원의 매력이 여기 있는 것 같아요.


주민 간담회를 진행하는 이승용 의원 (출처: 이승용 의원 제공)


중구의 이야기를 더 크게 전달하는 역할

의원님께서는 기초의원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초의원 만큼 주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정치인이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잖아요. 대부분의 정치인도 그 시간에 일을 하다 보니 주민 간담회가 2시나 4시에 열리는데,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기초의원은 의지만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 만남이 중앙 정부나 지역 행정으로 스며들 수 있게 하는 역할이에요. 

지역에서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구가 명동이나 서울역, 남산, 동대문, 청계천 등 관광지가 많은 지역이에요. 문제는 관광객들이 중구에 와서 소비하고 문화를 즐기는 것과 중구민의 삶이 연관이 없다는 거예요. 오래 중구에서 살아 오신 분들의 스토리가 지역의 콘텐츠로서 주민에게 더 많이 전달되어서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해요.


주민들과 만나고 있는 이승용 의원


관광지가 많은 지역이라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고민하실 것 같아요. 

명동의 공실률이 2020년 11월에 25%가 넘었어요. 지금은 더 많아졌을 텐데요. 그런 부분이 회복되려면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콘텐츠가 개발돼야 해요. 2012년 이후로는 중구보다 강남으로 관광객이 많이 이동했는데 중구의 관광 수요가 대부분 소비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역 차원의 문화재 개발과 지역 문화를 되살리는 역할들이 필요해요. 

어떤 방식의 해법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지역 주민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나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해요. 실제로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소상공인으로 일하신 분이나, 지역에서 민박이나 숙박 업소를 운영하시는 분, 지역에 계시는 문화 예술인들이 의지가 크고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주민들이 직접 확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에서 도움을 주면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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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물이 아니라 문제를 남기는 사람

남은 임기는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정치는 반드시 그만할 때가 와요. 누군가에게는 그 시기가 일찍 오고, 누군가는 늦게 오죠. 그러면 ‘재선을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이 아니라 내가 바꾸지 못한 문제를 다른 사람이 이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해요. 저는 남은 기간 동안 지역 내에서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꼭 정치인이 되는 것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거죠. 

네. 그렇게 되면 다음 선거가 되든, 다다음 선거가 되든 정치를 하실 분이 제가 다 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요. 공공 이익을 대표하는 어젠다를 남길 수 있다면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의 유권자에게는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좋은 정치를 만드는 의무는 꼭 정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닐 텐데요. 

지역 정치가 주민에게 외면을 당하면 정치인은 어떤 조직의 상급자나 동료 의원의 눈치만 살피게 돼요. 정치인의 생명이 소수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공공의 손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유권자들이 지역 의회에 관심을 가질 수록, 응원은 물론 지탄마저 의원의 수준과 격을 올릴 수 있어요.



인터뷰 및 기사 작성 곽민해

발행일 2021-09-13